강박증 6

제가 우울한건가요#7

무언갈 꾸준히 했지만 무언가는 시작조차 못했고, 좋아서 꾸준히 하던 것은 즐거웠던 감정 대신 살기 위해 붙잡은 동아줄처럼 하루를 버티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나에겐 그중 하나가 운동이었는데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은 하루 종일 죄책감이 밀려왔다. ‘이러니까 아프지, 이러니까 살이 찌지, 이러니까 집중을 못 하지…’ 나는 왜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들로 나를 더 힘들게 할까. 이해할 수 없었다. 운동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괴로운 생각들이 몰려왔다.

마음의 기록 2022.04.06

제가 우울한건가요#6

내가 느끼는 생각과 마음, 감정은 더 이상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 힘들어, 피곤해~’같은 말이 아니기에 이야기하면 상대가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살면서 각자 느끼게 되는 힘듦이 있고, 누군가의 힘듦보다 내 힘듦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 알기에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닿지 못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도 한계에 도달해 버티지 못할 거 같아 털어놓으면 부담을 느끼고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을 때도 있고, 내 이야기보단 본인의 힘듦으로 내가 꺼낸 말을 덮어버리며 공감받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래, 다들 비슷하다. 다들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그렇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말만 겨우 뱉어내고 넘어갔다.

마음의 기록 2022.04.04

제가 우울한건가요#5

자잘한 층간소음도 잦아든 새벽. 평소에는 머리만 대면 잠들었는데, 나에게서만 잠이 사라진건지 1시간이 지나도 2시간, 3시간이 지나도 눈은 멀뚱멀뚱했다. 분명 너무 피곤해서 푹 잠들고 싶었는데 침대에 눕고나면 잠이 달아나버렸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잠이 들어도 두 번 세 번 자다 깨고 멀뚱하니 천장만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허공 위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몸은 한없이 바닥 깊숙이 파고 들어가고 천장은 점점 멀게만 느껴졌다. 해는 서서히 떠오르는지 주변의 형체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제대로 잠을 자지도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것들은 잠에서 깨 다시 아침을 맞이했다. 이렇게 일어나도 낮에 졸리지 않았지만 좀비처럼 멍하니 각성상태로 보냈다. 잠들지 않아도 일상은 돌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마음의 기록 2022.04.03

제가 우울한건가요#4

혼자 결정하는게 익숙한 나.였지만, 이날은 언제부터 였을까 몇 년 전, 몇 달, 몇 주 아니 오늘까지 조금씩 하던 고민을 모아 번호를 눌렀다. 그동안 번호를 누르기 위해 쌓아올린 마음보다 신호음이 울리고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기까지의 순간이 더 길어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그 찰나에 연결이 되었고 통화를 했다. ‘₩&@#%….’ 뭐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습관적으로 휴대폰 달력에 표시한 일정을 보고 ‘아, 저질러버렸다.’라고 생각했다.

마음의 기록 2022.04.02